헌법재판소가 인간배아를 이용한 성장인자 연구를 허용한 생명윤리법 조항(제13조 1항)이 헌법에 규정된 생명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배아줄기세포는 자궁에 착상되기 전 단계의 수정란인 배아 발생 과정에서 추출한 세포다. 법학자와 윤리학자 등은 그 자체로 생명체인 배아를 임신 이외 다른 목적에 이용하는 건 배아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와 연구계는 착상 여부가 불분명한 배아는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평가될 수 없어 생명권 등 인간에게 부여되는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 왔는데 헌재가 이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성장인자는 모든 조직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부상이나 질병 등으로 손상된 조직 재생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5년께 세계 시장 규모가 낮게 잡아도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어 각국이 연구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배아성장인자연구 규제 폐지와 함께 매년 6억7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2013년까지 6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도 만능성장인자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서 여기에 쓰는 돈만 한 해 400억엔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스캔들에 생명윤리 논란까지 겹치면서 연구가 주춤해진 상태다. 지난해 이후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지만 올해 책정된 국가 연구예산이 430억원에 그칠 정도로 빈약하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세계 최초로 배아성장인자 치료제 임상시험 허가 신청을 한국과 미국에 내는 등 나름대로 성과가 있어 그나마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헌재 결정이 우리나라 성장인자 연구를 새롭게 도약시키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헌재의 결정이 배아가 생명이 아니라는 취지가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헌재도 배아가 인간으로 발전할 잠재성이 있으므로 헌법적 가치가 소홀히 취급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국가적 보호의무가 있음을 적시했다. 성장인자 연구에 대한 국민적인 성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과학계는 배아를 기증받고 연구에 이용하며 남은 배아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생명윤리법에 규정된 엄격한 절차를 준수하는 데 조금도 빈틈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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